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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의 둘째 날.


바르셀로나 근교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목적지는 몬세라트 산의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산 중턱에 위치한 몬세라트 수도원.


검은 성모상과 몬세라트 소년 합창단이 유명하다.


약간 궂은 날씨 속에 투어버스는 출발했다.





대중 교통이 아닌 가이드 투어로 몬세라트에 가면 고속도로 오른편으로 


몬세라트 산맥이 장엄하게 이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몬세라트는 톱이라는 뜻이다. 톱날처럼 뾰족뾰족한 산맥의 모습도 장관이다.


가우디가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영감을 받았다는 그 형상.


바르셀로나 공항에서도 보일 정도의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꽤 험하다.






산악 열차가 있을 정도로 몬세라트 수도원은 산 정상 거의 바로 아래에 위차한다.


꼭 수도원이 아니더라도 몬세라트산 자체도 훌륭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수도원의 전경.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다.


왼쪽 아래로 보이는 선로가 산악 열차. 



몬세라트에서 내리면 또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푸니쿨라가 있다.


하지만 산 정상을 감싼 구름은 우리가 떠날 때가지 걷히지 않았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엔 꿀 등의 특산품을 파는 가판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말을 굉장히 잘 하시는 꿀 장수의 꿀이 맛있다고 한다.



수도원이라서 그런지 수비라치의 작품인 천국의 계단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낭떠러지에 어떻게 보면 위태롭게 서 있는 천국의 계단.


천국에 가는 길이 있다면 그래 엘리베이터 보다는 사다리, 혹은 계단이겠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야지. 힘들면 잠시 주저앉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목적지를 올려다보며 살아야겠지.


딱 올라가기 좋게 생겼다 생각했는데 역시 어떤 바보가 올라가다가 떨어져서 철조망으로 막아놨다고 한다.


정말 천국에 가고 싶었나 보다.




저 멀리 목이 아플 정도로 가파른 각도로 푸니쿨라가 오르내린다.


맑은 날에 다시 와서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 어디까지 보이는지 궁금하다.




수도원 입구로 들어서면 또 하나의 수비라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이기도 한 성 조지의 조각상.


수비라치의 작품 답지 않은 얼굴의 묘사.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성 조지와 시선을 마주하게 의도된 작품이다.


수비라치의 종교적인 의도는 모르겠으나 신박하긴 하다.









880년, 한 무리의 목동이 몬세라트산 아래에서 빛이 내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그 빛은 천사들의 방문이었고 천사들은 한 달을 산에서 머물며 동굴에 자리잡았다.


그 동굴을 찾은 사제들은 동정녀 마리아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이후 11세기에 올리바가 이곳에 작은 수도원을 세운다.




현재도 80여명의 수도사들이 생활하고 있는 실제 수도원이다.


또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한 코스로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도원 뒤쪽으로 웅장하게 솟아있는 산봉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자면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고 마음이 단단해지면서 동시에 부드러워지는 기분이 든다. 


너무 관광관광하게 투어 버스 타고 온 건 아닌지.


다음엔 경건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둘러 보며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다.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