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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주일아침...은 아니고 오후구나.


구글지도로 알아본 가장 가까운 한인교회의 


예배시간이 오후 2시여서 느지막히 일어나 점심을 먹고 나섰다.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다른 한인교회가 있긴 했는데 


홈페이지가 없어서 정체(?)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패스.






넷플릭스 코메디중에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라는 작품이 있는데


한 소녀가 어릴 때 사이비교주에게 유괴당해 지하 벙커에서 15년동안 갇혀 살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뒤 뉴욕에서 새 삶을 찾아 가는 내용이다.


가볍게 보기좋아 추천하는 미드. 한국배우 이기홍도 나옴.



왜 이 미드가 생각났을까 ㅋㅋ


'모르는 교회 함부로 가는거 아니다(?)' ㅋㅋ









일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교회의 신앙고백이나 역사, 담임목사님의 출신 학교는 믿을 만 했다.


교회 이름은 '늘푸른 한인교회'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되어 에어컨 설치를 못하는 건물이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냉방이 안되는 지하에 2-3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원래는 2층에서 예배 드리는데 이 날은 너무 더워서 그나마 나은 지하로 옮긴거라고.


예배를 드리고 매월 첫째주에 하는 성찬식까지 참여했다.


다 마치고 뻘쭘해서 교회를 나서려는데 밥먹고 가라고 해서 자리에 앉음 ㅋㅋ


한 젊은 커플이 매우 친절하게 말도 붙여주고 해서 인사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까지 서로를 챙기느라 여행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으로 대했던 것 같다.


이 날은 우리 둘 다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한국말을 하는게 오랜만이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성찬식이 있는 주일이어서 특별히 비빔밥을 주셨다.


한국에서는 굳이 내가 찾아서 먹지는 않는 메뉴이지만 이 역시 오랜만에 먹어보는 교회밥(?)이라 맛있게 먹었다.


내 인생 교회밥 베스트 3에 넣기로. 나머지 두 개는 


1. 영무형 말대로 3일을 굶어도 안먹는다는 ㅈㅈ교회 국수(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십수년 째 매주 먹었으니 ㅠ)


2. ㄷㄲ교회에서 장로님 차에 치인 걸 그대로 잡아서 주일 점심으로 먹었던 노루 고기  


3개를 다 같이 먹어도 훌륭한 코스요리가 되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을 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 수박까지 디저트로 나왔다.


잘 먹었습니다!


헌금 조금밖에 못해서 죄송해요 ㅠ 100달러짜리 밖에 없어서 ㅠ













교회를 나서서 전철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체스트넛 힐 저수지에 가봤다.


동네사람들 운동하기 좋은 아담한 저수지였다.


하늘과 구름이 너무 예쁘고 바람도 산들산들 불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즐겼다.









저수지 바로 옆으로 보스턴 칼리지가 붙어있다.


지인이 지인분이 예쁜 캠퍼스라고 추천을 쎄워주셨었다.


바틀렛 대통령의 모교인 조지타운과 더불어 미국에서 알아주는 가톨릭 학교라고 한다.


존 캐리 전 국무장관, 스타트랙의 레너드 니모이, 전 포니 시장 에이미 포엘러,


그리고 클로이 모레츠의 절친 에릭 남이 이 학교의 졸업생이라고 한다.





이 학교의 상징은 독수리였다.


경상대는 사자.


부경대는 고래(그 공룡은 뭐지?).


우리는 저수지에서 캠퍼스로 들어가서 처음엔 뭔가 시부죽한 건물들 밖에 안보였는데


저 계단을 올라가니 지인이 지인분이 추천을 쎄우실만한 정말 예쁜 캠퍼스가 나타났다.










19세기에 지어진 가톨릭 학교라서 그런지 중세유럽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건물들로 캠퍼스는 채워져 있었다.


특히 이 날은 방학기간에, 독립기념일 주말 일요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캠퍼스 전체를 전세 낸 듯이 신나게 사진찍고 놀았다.


여름 늦은 오후의 선선한 날씨는 덤.


전철 두 정거장 거리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딱히 일정이 없을 때 와서 산책하고 책보고 하면 되겠다.






* 오늘 따라 평소보다 글이 많게 느껴지는건 내가 어제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라는 여행기를 다 읽었기 때문.


이 작가의 책이 집에도 두 권 있지만 역사(?)와 언어(?) 관련 책이고 여행기는 처음이었다.


그의 유려하고도 센스있는 글솜씨는 여행기에서도 역시 빛을 발한다.


사진 한 장 없는 여행기이지만 숨 쉴 틈 없이 쏟아지는 해박한 지식과 웃픈 에피소드들이 지루할 새 없이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


괜히 읽는 독자들이 눈 둘 곳이 없어질 정도의 솔직함,


내로라하는 코메디 작가들 못지 않은 Sarcasm(빈정거림, 비꼼)과


가끔 터져나오는 몸개그가 책의 매력포인트.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