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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 와신상담. 오바인가.>


7월 4일 독립기념일 당일. 공원 문을 9시에 연다고 한다.


어제의 실패를 교훈삼아(반면교사)


새벽 6시에 몸을 일으켜(와신상담)


공원에 8시에 도착했다.(오바인가)




하지만 오바가 아니었다.


공연장 입구는 흡사 새 아이폰 출시 전날 애플 매장 앞이나


스타워즈 7편 개봉날 극장 앞을 보는 듯 했다.


제일 앞에는 어제부터 밤을 샌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돗자리는 기본이고 폴딩체어, 담요, 심지어 텐트와 함께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뒤로 가서야 자리를 잡고 줄을 설 수 있었다.



지금 구글지도로 재보니 200미터 정도 되는구나.


2011년 힐송 유나이티드 내한공연 이후로 이렇게 줄을 서보는건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삼엄한 보안 검색이 이뤄졌다.


뾰족한 끝이 있는 우산은 안되는데 다행히 우리 양산은 통과.


자리잡으면서 먹던 우유는 실패 ㅠ





입장에 성공하여 팔찌를 받았다!


공연장으로 달려가 무대 앞에 담요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자리는 이쯤.


이제 8시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만 남았기에 천막을 가져온 사람들이 많았다.


어쨌든 한여름이니 땡볕에 하루 종일 죽치고 있을 순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 리스펙ㅌ.)



자리를 잡고 처음엔 어떻게 양산으로 버텨보려고 했으나 될 일이 아니었다.


강변 나무 그늘 아래로 피신하여 지인이가 싸 온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벤치에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좀 자고 일어나서 다시 책 읽고.










그래도 날씨가 정말 좋았다.


땡볕이라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상쾌한 여름 날씨.


한국에 계신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요즘 여기 날씨 짱 좋음 ㅋㅋ


중간중간에 행사 진행하시는 분이 나와서


수상한 가방 보면 신고하라든지, 땡볕에 나와있는 사람 물 많이 마시라든지 공지사항을 전해주는데


이 행사만 23년째라고 하는 그분이 이렇게 좋은 날씨는 처음이라고 한다.


그냥 매년 하는 소리겠지 하면서도 날이 너무 좋아 다들 인정 ㅋㅋ











6시쯤 되어 마지막으로 배를 채웠다.


공원 안에서 어제 오늘만 임시로 영업중인 식당과 카페에서 치킨텐더와 프라이를 샀다.


먹을거 앞에 두고 이런 얘기는 좀 그렇지만 또 간이화장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당장 화장실 숫자도 여유있게 설치하여 언제 가도 줄 서지 않고 빈 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약품을 엄청나게 들이부었는지 냄새도 하나도 나지 않았다.


칸마다 손소독제까지.


천조국 클라스(엄지척).








공연시간이 다되어가자 공연장은 이제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아, 물론 나중에 온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다 채워 앉음)


꽉 들어차고 현장 분위기는 축제축제하며 고조되었다.




공연의 메인은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였다.


클래식 FM에서 이름만 들었던 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라이브로 듣게 된 것이다.


저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서 연습한 음악을 나를 위해 연주하고 있다.



중간중간 게스트들도 나왔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므로 패스.


하지만 현지인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꽤나 인기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흥부자 천조국 성님들.


이 행사는 블룸버그를 통해 TV와 인터넷, 모바일로 생중계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방송을 탔다.



ㅋㅋㅋㅋㅋㅋㅋ


지인이가 입고 있는 옷이 사실 유니클로에 산 커플티(나는 파란색)인데


뭐가 묻어서 이날 안입고 나갔었다.


그 옷 입었으면 같이 잡혔을텐데 ㅋㅋㅋ


방송이라면 예배시간에 스크린에 보여주는 (왜 찍어서 보여주는지 1도 이해할 수 없는)성도들의 모습에 잠깐씩 잡히는게 다였는데


미국에서 전국방송을 탈 줄이야 ㅋㅋㅋ


어쨌든 새벽부터 호들갑을 떤 덕분에 이렇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사실 공연장은 불꽃놀이를 보기에는 좋지 않다.


공연의 마지막 곡을 연주할 떄 사람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불꽃놀이를 보러 떠난다.


공연장에 그대로 있으면 나무에 가려서 거의 보이지 않고


강변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거기서도 여의치 않다.


불꽃놀이를 제대로 보려면 처음부터 공연장이 아닌 강변에 바로 붙어있는 섬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찍은 불꽃놀이 영상은 없.








미국인들이 나라의 생일인 독립기념일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방식과 그 깊이가 참 인상깊었다.


특히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에 하나이고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을 비롯해 여러 역사적인 사건의 배경이 되는 도시라서


더더욱 이 날을 대하는 자세나 시민들의 이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것 같다.


몇 년 전 일어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Strong"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보스턴을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수 백년간 계속된 주변국들의 침략, 36년의 식민통치, 3년의 전쟁이 가져온


역사와 세대, 이념의 단절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