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는 비가 완전히 그쳐서 예쁜 주황빛 석양에 물드는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펠탑 조명이 다 들어오고 파리의 밤이 다시 시작될 때 우리는 개선문에서 내려와 센 강으로 향했다. 센 강을 순환하는 유람선 바토 무슈를 타고 파리의 밤을 만끽했다. 바토 무슈에는 중국인 광객들이 많았다. 개선문 바로 옆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 1차 대전 당시 프랑스를 위해 싸운 한 무명 병사의 묘가 있는 자리다. 아무래도 진짜 문은 아니니까 예술적인 장식들을 개선문 전체에서 볼 수 있다. 밝을 때 오히려 잘 보이지 않았던 조각들이 조명을 받고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파리에서의 2일째 역시 에펠탑에서 마무리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1일 1에펠탑으로 해 보려고 했다. 파리에 오자마자 이틀 동안 너무 달려서 ..
베르사유 궁을 나오려고 할 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출구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잦아들었다.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에 한껏 취해 나온 우리 앞에 대자연이 차원이 다른 아름다운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지개, 무지개! 나름 도시 남자라 이렇게 선명한 무지개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쌍 무지개!!!! 시커먼 하늘에 이 무슨 조화람. 또 오랜만에 This is my father's world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베르샤유 궁에서 쌍 무지개라니. 무지개라면 어디 가서 지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가 생겼다. 무지개도 이런데 오로라는 어떨까? 꼭 한번 보러 가고 싶다.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고 파리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다. 파리로 돌아온..
9월 11일. 카탈루냐의 국경일이다. 독립 찬반 투표를 앞둔 마지막 휴일. 대대적인 시위와 행진이 예고되었다. 온종일 빨강노랑 카탈루냐기가 바르셀로나를 뒤덮었다. 보스턴에서도 타이밍 좋게 독립 기념일 축제를 즐겼었는데 여기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나름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했다. 먼저 개선문 광장으로 갔다. 개선문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어제 설치되어 있던 부스에서는 다양한 독립 굿즈(?)를 팔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페이스 페인팅이나 여러 체험활동도 진행되었다. 독립 IS COMING ㅋㅋ 아직도 에스파냐의 지배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우리의 3.1.절보다 더 진지하고 의미있는 날일 수도 있겠다. 꽤나 과격해 보이는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