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를로스가 우리를 이끌고 유적내의 주요시설을 둘러보며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설친 멘탈에 쏟아지는 영어공세에 내 정신은 아득해져만 갔다. 거기다가 이미 2달이나 지났으니 기억나는 이야기의 파편들은 잉카제국 황제의 여름 궁전으로 쓰였다고 하고, 식량조달을 위해 계단식으로 경작지가 지어졌고, 적군이 공격했을 경우 방어에도 용이한 최고의 요새이기도 했으며, 실제로 스페인이 침략했을 때 외부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끊어서 이곳의 위치를 숨겼었다는 정도? 하지만 실제 시설의 용도와 지어진 시기 등 확실히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카를로스의 알찬 설명이 끝나고 인사하고 헤어진 후 관광객 모드 온. 마추픽추는 진행방향이 한 방향이라 경로를 잘 생각해야 한다. 생각없이 움직이다가 길을..
투어팀에 에일린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다른 일행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딱히 그 전까지는 대화를 하지는 않았는데 저녁을 먹으려고 투어팀이 모였을 때 우리를 찾아와 말을 건넸다. '우리 같은 숙소인데 내일 새벽에 같이 출발하지 않을래?' 우리처럼 새벽 4시에는 나가서 줄을 설 생각이어서 숙소에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다. 마추픽추에 올라가는 첫 차는 5시. 카를로스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4시 전부터 줄을 서고 4시에는 줄을 서야 늦지 않게 마추픽추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4시에 숙소를 나섰다. 이건 뭐 새벽도 아니고 그냥 깜깜한 밤인데 4시에 나갔음에도 엄청난 줄이 이미 서있었다. 첫차 시간은 한시간이 남았는데 ;; 에일린은 같이 다니던 친구와 같이 가는 줄..
호기롭게 출발. 우리팀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사람들, 마추픽추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났다. 한동안은 별다른 풍경이 없다. 날씨는 적당히 덥고 걷기 매우 좋은 날씨였다. 볕이 있었지만 숲속으로 들어가면 나무그늘이 거의 가리고 있어 뜨겁지도 않다. 트레일 이름에 '정글'이 들어있다고 망설일 필요 전혀 없다 ㅋㅋ 옆으로 시원한 개울이 흐르고 눈을 들면 거친 산이 보이고 정글정글한 나무를 지나면 철교가 나온다. 철교를 지나서 또 지루해질 무렵 한 무리의 로컬과 마주친다. 누가 산책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줄지어 가는 것도 재밌고 세상 무심하게 우리를 지나쳐가는 시크함에서 동네주민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나는 사람이 많긴 많은지 중간에 카페도 있다. 대단한 근육의 곰..
잉카 정글 둘째날 오전엔 짚라인을 탄다. 내가 세상쫄보이긴 한데 그 두려움과 용기의 경계가 이상한 곳에 있어서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는 못타면서 짚라인은 재밌을 것 같아 겁도 없이 신청. 다른 예로 스카이 다이빙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번지점프는 죽어도 못할 것 같다. 세상편한 의자가 보여서 잠간 앉았는데 나도 모르게 신선 표정 나옴 ㅋ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설명을 듣는다. 오른손에 저 장갑을 끼고 날라가다가 다 도착하면 케이블을 잡아 속도를 줄여서 정지. 짚라인은 총 4번 타고 내려오는데 첫 짚라인을 타려면 산을 꽤 올라야 한다.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아서 막 힘들지는 않았다. 선착순이므로 산을 늦게 오르면 첫 짚라인을 탈 때는 좀 기다려야 한다. 두번째부터는 오자마자 타고 가니까 안기다려도 됨. 꽤 오..
라 에스칼라 게스트 하우스의 아침식사. 이 다음 숙소가 그래도 호텔이라는 이름이 붙고 막 웨이터도 있던 곳이었는데 거기보다도 식사는 더 좋았었다. 오렌지 주스도 매일 바로 옆에서 생과일을 갈아서 주시고 계란후라이도 주셨다. 커피가 안보여서 커피가 있는지 물어보니 바로 한잔 직접 내려 주신다. 오늘부터 2박 3일간 정글트래킹인데 덕분에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어제 저녁에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 쿠스코에 있는동안 여기서 계속 지낼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쉽게도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정글트래킹 돌아오는 날만 다시 예약을 했다. 2박 3일동안 우리 짐도 맡아주시기로 하셔서 몸도 가볍게 떠날 수 있었다. 7시 30분쯤에 여행사 앞에서 밴을 탔다. 밴을 가득가득 채워 13명(?) 되는 인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