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원래 오자자마자 둘째 날에 하기로 했던 가우디 투어를 바보처럼 날짜를 착각해 다음주로 예약해 버렸고 겨우 변경해서 하게 된 날짜가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나는 카메라를 깜박하고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 어제처럼 맑은 날씨가 하루만 더 이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오늘같은 날 하늘이 우중충하고 비가 내렸다. 레이알 광장에서 투어 팀이 모였다. 레이알 광장은 람블라스 거리에서 한 골목 들어가면 나오는 광장이다. 이곳에서 투어가 모이고 출발하는 이유는 위 사진의 가로등이 가우디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가우디가 출품한 이 작품이 대상을 타면서 가우디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이나 야자수 곳곳의 조각..
휴일이라 도시는 전체적으로 활기가 있었다. 우리는 시위와 행진은 로컬들에게 맡기고 바르셀로나 전경을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는 '벙커'라는 전망대로 갔다. 요즘 핫한 곳이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들어 봤다. 이름만 벙커일 줄 알았는데 진짜 벙커여서 놀랐다. 우리는 지하철 Penitents 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간다. 가는 방법은 많이 있는데 이 방법이 꽤 괜찮았다. 구엘 공원 근처에 내려서 걸어 올라가기도 하던데 내려가면서 보니까 걸어 올라가기엔 조금 힘들겠더라. 너무 주택가 같은 곳이어서 긴가민가했는데 좀 기다리다 보니 다른 여행자들도 한 무리 와서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119번 빨간 벤츠 버스. Penitents 역에서 타면 좋은 게 앉아갈 수 있다. 중간 중간에 많은 사람들이 탔는데 자리도 없고 ..
9월 11일. 카탈루냐의 국경일이다. 독립 찬반 투표를 앞둔 마지막 휴일. 대대적인 시위와 행진이 예고되었다. 온종일 빨강노랑 카탈루냐기가 바르셀로나를 뒤덮었다. 보스턴에서도 타이밍 좋게 독립 기념일 축제를 즐겼었는데 여기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나름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했다. 먼저 개선문 광장으로 갔다. 개선문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어제 설치되어 있던 부스에서는 다양한 독립 굿즈(?)를 팔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페이스 페인팅이나 여러 체험활동도 진행되었다. 독립 IS COMING ㅋㅋ 아직도 에스파냐의 지배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우리의 3.1.절보다 더 진지하고 의미있는 날일 수도 있겠다. 꽤나 과격해 보이는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
새파란 하늘 아래 몬주익 성을 최대한 즐기고 어두워질 때 쯤 푸니쿨라를 타고 시내로 내려온다. 숙소로 그냥 들어가기엔 아쉬워 개선문 근처에 있는 시우타데야 공원에서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일상을 함께 즐겼다. 평화로운 초저녁의 공원은 다음날 뜨겁게 달아오른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빨강 노랑 카탈루냐기가 선명한 바르셀로나의 인상을 남긴다. 올라올 때처럼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갑니다. 뭔가 젊은이들의 파티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케이블카 내린 건물에 푸니쿨라 역도 있다. 푸니쿨라 역은 2,3호선과 연결된다. 올림픽 스타디움 단지를 너무 그냥 지나쳤나 싶다. 푸니쿨라가 도착했다. 푸니쿨라는 타임 랩스가 민망할 정도로 빨리 도착했다. 갈아타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어차피 숙소에 가려면 1호선을 타야 해서 개선문(A..
몬주익 언덕은 해발 213m의 높지 않은 말 그대로 언덕이다. 몬(mont)이 언덕, 주익(juic)은 유대인이라는 뜻이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몬주익 성은 1640년 농민전쟁 당시 30일만에! 세워진 건물로 1701년부터 4년 동안 이어진 왕위 계승 전쟁 때는 전투 기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군사적 요충지로서 기능하며 성 전체를 보수하고 수리하여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 차양막으로 꽁꽁 싸맨 우리 숙소 테라스. 햇살이 엄청난 하루가 될 것 같다. 빨래가 바스러질 정도로 바짝 잘 말랐다. 어제 비가 와서 아침부터 쨍한 하늘이 밝았다. 이 날씨가 하루만 더 이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ㅠ 우리 숙소가 변두리이긴 변두리인가 보다. 거의 종점이어서 지하철에 사람이 없음 ㅋㅋ 다시 찾은 에스파냐 광..
메이저리그와 달리 해외 축구눈 잘 보지 않는다. 네이버 뉴스를 통해 기사 제목만 훑는 정도? 하지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는 꼭 축구를 보고 싶었다. 미국 야구장에서 받았던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축구장은 그보다는 조금 전투적일 테지만. 10만 명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응원하는 기분은 또 어떤 것일까? 설렘을 안고 캄 노우를 찾았다. 캄 노우(캄프 누)는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FC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이다. 관중 수용 인원은 98,722명이며 유럽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다(세계에서 11번째, 1위는 북한의 김일성 경기장). 1957년에 완공되어 개장하였고 이후에도 증개축을 계속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원래 이름은 에스타디 델 FC 바르셀로나였는데 2000년에 팬들의 요청으로 구장의 별..
시체스 해변에는 자매들이 자유롭게 훌렁훌렁했지만 10년 전에 호주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에서 본 장면이다. 그보다 덩치와 체모의 양이 추바카만한 어르신이 내 손바닥만한 수영복만 입고 다니시는 모습에 더 놀랐다. 한 쪽으로 (동성애자) 누드 비치가 있다고 하는데 아내와 달리 나는 못 봐서 별로 아쉽지가 않다.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몬주익 분수쇼를 구경했다. 해변에서 잠시 망중한을 즐기다가 일어섰다. 시체스는 바다와 모래사장뿐 아니라 마을의 골목길도 유럽유럽하고 예뻤다. 뜨거운 코트를 가를 것만 같은 뷰. 말마따나 작은 바다 마을을 보여 주는 골목골목. 날씨가 좀 더 선선할 때 여유있게 놀러 와서 마음 놓고 헤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곳도 카탈루냐인지라 한창 카탈루냐기가 나부낄 때였다. 카탈루냐의 수호성인..
몬세라트 소년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거룩해진(?) 마음으로 수도원을 마저 둘러보았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기념품점에 들러 특산품을 샀다. 오후엔 시체스 해변으로 갔다. 몬세라트도 그렇고 시체스도 처음 들어보는 곳. 시체스에서는 어둑어둑했던 수도원과 대조되는 새파란 하늘과 쨍한 햇살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성당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어두워서 다 흔들리지만 열심히 찍어 본다. 저 촛불도 눈으로 볼 때나, 카메라 작은 디스플레이로 봤을 땐 예뻤는데 컴퓨터로 옮겨서 큰 화면으로 보니까 엉망이다. 검은 마리아 상을 보기 위한 줄은 오후에도 여전히 길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1세기 경 복음서를 기록한 누가가 만든 이 성모상을 베드로가 스페인으로 가져왔다. 그 후 무어족이 이베리아 반도를 침범하자 기독교인들이 ..
몬세라트 수도원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곳이다. 한 나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가이드 투어라면 더욱 그렇다. 가이드 선생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지만 일단 너무 멀고 험한 산타 코바 성당은 비추고 검은 마리아 상을 보려면 다른 곳을 둘러 볼 시간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산 미구엘 십자가를 보고 와서 몬세라트 소년 합창단의 합창을 보는 일정으로 다녔다. 성당 앞에서 가이드 선생님의 일정 안내를 듣고 출발. 산 미구엘 십자가는 꽤 멀리 보이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산길 하나 뿐이고 가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많아서 길을 잃을 걱정도 없다. 가이드 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어, 좀 힘들어지려고 하는데?' 하면 도착한다. 어느 새 멀어진 수도..
람블라 거리를 둘러보다가 보케리아 시장으로 갔다. 보스턴에서부터 시작된 시장 사랑은 남미와 유럽을 거쳐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매일 다이어트를 다짐하지만 1분 거리에 시장이 있는 우리는 시장 러버 ㅋㅋ 보케리아 시장은 마드리드의 산 미구엘 시장보다는 덜 했지만 시장이라기보다는 관광지의 느낌이 강했다. 보케리아 시장은 성 요셉 시장(Mercat de Sant Josep)이라고도 불린다. 1840년에 문을 열어 지금은 800여개의 점포가 자리한 굉장히 큰 규모의 재래시장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 30분까지. 일요일 휴무. 이역만리 코쟁이들은 뭘 먹고 사나 둘러보는 재미도 있고 특별히 관광지여서 그런지 상품 진열도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게 잘 해놔서 구경하는 재미도 크다. 크으. 안 그런 시장..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약 7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갔다. 바르셀로나는 생각보다 대도시였다. 마드리드와 달리 중심부의 숙소 가격은 살벌해서 약간 변두리, 일반 시민들의 주거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버스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개선문Arc de Triomf 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람블라 거리, 카탈루냐 광장 등 중심가에 숙소가 있다면 여기서 금방 갈 수 있다. 지하철 티켓도 기계에서 쉽게 뽑을 수 있다. 우리는 일단 10회권을 샀다. 우리 숙소는 경기도 어디 신도시 느낌의 동네에 있었다. 3층짜리 아파트의 3층이었다. 호스트는 영어가 통했으나 아랫집에 사는 호스트의 시부모(?)는 스페인어밖에 하지 못했다. 세탁기를 가리키며 '펑시오나funcionar?(작동하니?)' 정도만 물어봤다. 숙소에 도착하니 8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