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바쁘다. 저번주 금요일에 갔다가 휴일이라 되돌아온 볼리비아 대사관부터 찾아갔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는것도 쉽지 않았다. 모든 서류를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난에 여권번호를 적어서 빠꾸 당했다. 숙소로 되돌아가서 랩탑으로 다시 비자 신청을 했다. 그리고 대사관에 다시 갔는데 이번에는 서류의 하드카피가 없다고 빠꾸당했다. 하드카피를 찾을거면 웹에 업로드는 왜 했는지 ;; 대사관에서 보이는 높은 건물로 가면 지하에 인터넷 카페가 있다. 다른 한국인 두분도 서류에 뭔가 문제가 있는지 씨름중이었다. 업로드했던 서류들을 다 출력을 해서 다시 대사관으로 갔다. 뭐랄까 그 서류들의 사진을 다 찍어놨으면 "볼리비아 비자 받는 법" 해서 포스트를 작성할 수도 ..
ATV투어가 끝나고 돌아온 어제밤도 일이 있었다. 하루종일 흙먼지를 맞고 돌아다니고, 처음 타본 ATV를 운전하느라 온몸에 긴장을 해서 쿠스코에 돌아와서는 국물이 간절히 먹고 싶었다. 한식집에 가도 됐겠지만 한식집은 마지막 날에 가려고 아껴 두었다. 그래서 오며가며 본 일식집 킨타로에 갔다. 가격은 좀 있었지만 분위기도 괜찮고 음식도 맛있었다. 좀 무리인가 싶기도 했지만 우동, 덮밥, 치킨까지 시켜먹고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으잌. 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곳이야 다 현금만 받는 줄 알고 있었지만 이런 나름 고급진 곳이 카드를 안받는다니! 당연히 돈이 모자라서 숙소에 있는 달러를 가지고 나와 바꿔야만 했다. 결국 지인이를 식당에 남겨두고 혼자서 숙소까지 걸어가서 달러를 들고 나왔다. 돌아갈때는 택..
이곳은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사방이 휑하다. 일하는 사람들의 출퇴근도 일이겠다 싶은 곳. 대도시에서 이래저래 일에 치이다 보면 내가 만나는 사람만이 전부인 세상이 당연해지는데 지구 어디든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엔 또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간다. 또 인간과 인생의 사소함(?)을 깨닫는다. 댕댕이들과 놀아주면서 잠깐 기다리면 교육을 시작한다. 빨간건 수동이고 파란건 오토매틱이다. 왠지 여자들은 다 오토를 주고 남자들은 다 수동을 주었다. 나도 오토매틱 하고 싶은데. 긴장 속에 출발해 호수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만 저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엄청난 일이 있었다. 세상쫄보인 부부답게 우리는 맨 뒤에서 천천히 가고 있었다. 나도 수동은 처음이라 더듬더듬 나가고 있었는데 앞에 가던 지인이는..
까를로스가 우리를 이끌고 유적내의 주요시설을 둘러보며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설친 멘탈에 쏟아지는 영어공세에 내 정신은 아득해져만 갔다. 거기다가 이미 2달이나 지났으니 기억나는 이야기의 파편들은 잉카제국 황제의 여름 궁전으로 쓰였다고 하고, 식량조달을 위해 계단식으로 경작지가 지어졌고, 적군이 공격했을 경우 방어에도 용이한 최고의 요새이기도 했으며, 실제로 스페인이 침략했을 때 외부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끊어서 이곳의 위치를 숨겼었다는 정도? 하지만 실제 시설의 용도와 지어진 시기 등 확실히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카를로스의 알찬 설명이 끝나고 인사하고 헤어진 후 관광객 모드 온. 마추픽추는 진행방향이 한 방향이라 경로를 잘 생각해야 한다. 생각없이 움직이다가 길을..
투어팀에 에일린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다른 일행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딱히 그 전까지는 대화를 하지는 않았는데 저녁을 먹으려고 투어팀이 모였을 때 우리를 찾아와 말을 건넸다. '우리 같은 숙소인데 내일 새벽에 같이 출발하지 않을래?' 우리처럼 새벽 4시에는 나가서 줄을 설 생각이어서 숙소에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다. 마추픽추에 올라가는 첫 차는 5시. 카를로스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4시 전부터 줄을 서고 4시에는 줄을 서야 늦지 않게 마추픽추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4시에 숙소를 나섰다. 이건 뭐 새벽도 아니고 그냥 깜깜한 밤인데 4시에 나갔음에도 엄청난 줄이 이미 서있었다. 첫차 시간은 한시간이 남았는데 ;; 에일린은 같이 다니던 친구와 같이 가는 줄..
호기롭게 출발. 우리팀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사람들, 마추픽추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났다. 한동안은 별다른 풍경이 없다. 날씨는 적당히 덥고 걷기 매우 좋은 날씨였다. 볕이 있었지만 숲속으로 들어가면 나무그늘이 거의 가리고 있어 뜨겁지도 않다. 트레일 이름에 '정글'이 들어있다고 망설일 필요 전혀 없다 ㅋㅋ 옆으로 시원한 개울이 흐르고 눈을 들면 거친 산이 보이고 정글정글한 나무를 지나면 철교가 나온다. 철교를 지나서 또 지루해질 무렵 한 무리의 로컬과 마주친다. 누가 산책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줄지어 가는 것도 재밌고 세상 무심하게 우리를 지나쳐가는 시크함에서 동네주민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나는 사람이 많긴 많은지 중간에 카페도 있다. 대단한 근육의 곰..
잉카 정글 둘째날 오전엔 짚라인을 탄다. 내가 세상쫄보이긴 한데 그 두려움과 용기의 경계가 이상한 곳에 있어서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는 못타면서 짚라인은 재밌을 것 같아 겁도 없이 신청. 다른 예로 스카이 다이빙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번지점프는 죽어도 못할 것 같다. 세상편한 의자가 보여서 잠간 앉았는데 나도 모르게 신선 표정 나옴 ㅋ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설명을 듣는다. 오른손에 저 장갑을 끼고 날라가다가 다 도착하면 케이블을 잡아 속도를 줄여서 정지. 짚라인은 총 4번 타고 내려오는데 첫 짚라인을 타려면 산을 꽤 올라야 한다.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아서 막 힘들지는 않았다. 선착순이므로 산을 늦게 오르면 첫 짚라인을 탈 때는 좀 기다려야 한다. 두번째부터는 오자마자 타고 가니까 안기다려도 됨. 꽤 오..
라 에스칼라 게스트 하우스의 아침식사. 이 다음 숙소가 그래도 호텔이라는 이름이 붙고 막 웨이터도 있던 곳이었는데 거기보다도 식사는 더 좋았었다. 오렌지 주스도 매일 바로 옆에서 생과일을 갈아서 주시고 계란후라이도 주셨다. 커피가 안보여서 커피가 있는지 물어보니 바로 한잔 직접 내려 주신다. 오늘부터 2박 3일간 정글트래킹인데 덕분에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어제 저녁에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 쿠스코에 있는동안 여기서 계속 지낼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쉽게도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정글트래킹 돌아오는 날만 다시 예약을 했다. 2박 3일동안 우리 짐도 맡아주시기로 하셔서 몸도 가볍게 떠날 수 있었다. 7시 30분쯤에 여행사 앞에서 밴을 탔다. 밴을 가득가득 채워 13명(?) 되는 인원으로..
역시 마추픽추를 찾는 사람이 많은지 리마 공항에도 페루레일 티켓창구가 있었다. 우리도 원래는 쿠스코에서 바로 기차타고 마추픽추로 가려고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2박3일짜리 잉카정글 트레일로 계획을 바꾸었다. 마추픽추행 기차를 운영하는 페루레일과 잉카레일 티켓창구는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에도 있다. 스타페루 항공을 타고 쿠스코로 출발. 그 유명한 잉카콜라의 영롱한 노란색이 보인다. 리마에서 한 시간 정도를 날아 쿠스코 공항에 도착하면 코카잎을 무료로 나눠준다. 이렇게 말린거 말고 나무에 달린 생 코카잎은 향정신성(?) 성분이 있어 그 옛날 잉카제국의 대형 토건사업(?)에 동원되는 사람들이 입에 하나씩 물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고. 자양강장제나 피로회복제 등으로 쓰였는데 아마 마취성분까지 있는 것 같아 그 효..
보스턴의 마지막날은 에피소드가 만발하였다. 7월 30일 오전 도착인 줄 알았던 지인이 지인분의 비행기는 알고보니 7월 31일 오전 도착. 우리는 이미 7월 30일 저녁 비행기를 예약해 둔 상태라 지인이 지인분과 마지막으로 보지도 못하고 집을 떠나게 되었다. 지인이 지인분의 지인인 대만 여자분에게 집 열쇠를 전해주기로. 찾아간 집 앞에서 지인이 지인분의 지인인 대만 여자분 대신 지인이 지인분의 지인인 대만 여자분의 남편분에게 열쇠를 전달하였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거야?" "ㄴㄴ 페루로 가." "WOOOOW! That's AWESOME!!" 다음달에 미국 시민권을 따신다는 남자분의 리액션은 이미 미국인의 그것이었다. "일 때문에 가는거야?" "ㄴㄴ 여행임. 세계일주를 하려고." "WOOOOOOO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