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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을 나와 센 강을 따라 걸었다. 


센 강은 폭이 넓지 않아 한강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다.


한쪽을 걸어도 반대편을 볼 수 있는 아담한 크기디.


특히 이 주변으로 유명 관광지들이 몰려 있어서 


특별한 목적지 없이 살랑살랑 걸어다녀도 여기저기 구경할 곳이 많다.






일단 생트 샤펠 성당을 찾아갔다.


생트 샤펠 성당은 시테 섬 한 가운데 있다.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한 성당이라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 되게 좋아하는데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빛과 색이 성당을 가득 채운다.


신자들은 이곳을 '천국으로 가는 입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교하고 화려한 보석 상자를 몇 천배의 크기로 키워 놓은 듯 하다.


15미터에 이르는 15개의 창에 가득한 스테인드 그라스 작품에는


창세기부터 열왕기까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목도 아프고 눈도 침침해서 단 하나도 알아볼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봐도 굉장하지만 망원으로 땡겨서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더 감탄스럽다.


막 4K, 8K 영상이 나오는 지금 봐도 저 색들의 선명함에 매료되는데


처음 지어졌을 때 사람들이 느꼈을 4차원 이상의 놀라움은 어땠을지.


인간의 말초 감각을 자극해 신앙심을 고취하려는 시도는 예나 지금이나 같았던 것일까.



 




오늘 나오면서 생각한 일정은 다 끝났다.


근처에 노틀담 성당이 있어서 들러보기로 한다.


딱히 입장할 생각은 원래 없어서 성당 앞 광장 벤치에 앉았다.


그냥 앉아서 성당, 하늘, 구름, 사람 구경을 했다.



종소리까지 듣고 일어섰다.


종소리만으로도 수백 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이다.


20세기 초 프랑스에 살던 미국인이 시작한 영어 서적 전문점이다.


초기에는 서점뿐 아니라 파리에 거주하던 영미 지식인들의 회합 장소로 유명했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작가인 주인공 길이 이 서점을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내부 사진 촬영은 안 된다.


어떻게든 방문 기념품을 찾는다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엽서가 있다.


아니면 서점이니까 책을 사든지, 아니면 그 유명한 에코백도 있다.




내가 수 년째 쓰고 있는 폰 배경화면도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의 내부 사진이다.


나도 언젠가 이런 분위기의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