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플뢰르를 떠나서 서쪽으로 달린다. 프랑스 안에서도 꽤 먼 거리를 이동했다. 노르망디 지방의 끝 모를 평야는 미국 중서부를 보는 듯 했다. 이 나라도 작은 나라는 아니구나. 그래도 펼쳐지는 농촌 풍경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여기나 비슷하다. 다시 3시간 쯤 더 달려서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버스도 오래 타고 하다 보니 신나게 잤다. 몽생미셸 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이드 선생님이 노래와 함께 깨워 준다. 기상송은 역시나 '인생의 회전목마'다. 몽생미셸 섬으로 가려면 관광 안내소, 식당, 기념품 가게, 숙소 등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셔틀을 타야 한다. 생각보다 덜 유명한 관광지인건지 아니면 이게 클라스인 건지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고 덜 번잡한 게 좋았다. 멀쩡히 도로가 있는데 왜 섬이냐. 바..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패키지 투어로 일정을 알차게 채웠다. 아직 어둑어둑한 이른 시간에 샹젤리제 거리에서 모였다. 숙소에서 나올 때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이 보이더니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역시나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었다. 출석 체크를 하고 수신기를 받고 버스에 올랐다. 7시도 안 된 시간의 지하철. 우리나라에서도 이 시간에 지하철을 탈 일은 잘 없었는데. 이른 시간이지만 그래도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지 뭐. 가로등의 불도 꺼지지 않은 이른 아침의 파리. 카페도 막 문을 열고 하루 장사를 준비하는 새벽 시간. 도시를 여행할 때 이런 새벽 시간에 도시를 둘러 보는 것도 좋다. 우리가 사는 도시도 (밤새우고) 새벽에 보면 낯선 기분이 드는 그런..
5개월 여행의 막바지, 정말 이제 날씨운을 다 쓴 게 맞는지 우산과 우비가 소용없을 정도로 비가 퍼부어서 실내에서 비를 잠깐 피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온종일 오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도 기다리는 동안 비는 점점 잦아들었고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평화롭게 즐길 수 있었다. ㅇㅇ 꿈과 희망이 가득한 디즈니 랜드다. 우리야 그렇다치지만 아이들은 얼마나 실망했을까? 오늘도 아이들은 한 뼘 자라겠구나. 나도 반 뼘만 주지 않겠니? 작은 기차를 타고 영화 특수 효과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구(?)를 탔다. 세트의 크기라든가 자동차 등은 볼만했는데 날씨 상태와 보수 공사 때문에 많은 특수 효과를 볼 수는 없었다. 퍼레이드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 날씨는 완전히 갰다. 하지만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우비를 벗..
디즈니 랜드에 간다. 여행을 하면서 안 그런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TV나 영화로만 보던 디즈니 랜드에 진짜 간다. 놀이기구를 잘 못 타서 놀이 공원을 별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꿈과 희망이 가득한 디즈니 랜드! 파리 어디에 있든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갈 수 있다. 꽤나 신박했던 2층 전철을 타고 간다. 2시 넘어서 마르메 라 바레 역에 도착했다. 밤에 불꽃놀이까지 보고 올 거니까 30대 중반인 우리 체력을 위해 느지막하게 출발했다. 역에서 내려서 사람들 따라 걸어가면 금방 디즈니 랜드가 나온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날씨는 비바람이었다. 꿈과 희망이 70% 정도 줄어드는 비주얼이다. 그래도 처음엔 돌아다닐 수는 있을 정도였다. 디즈니 형님도 만나고 저 멀리 헐리우드 간판도 보였다. 버즈 라이트이어 앞에서..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게도 지난 4개월 동안 남미에서 벼룩에 된통 당한 거 말고는 딱히 몸이 아픈 적이 없었다. 오히려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태평양을 건너 맑은 공기를 마시니까 몸이 더 가뿐해지는 기분이었고 나름 좋은 컨디션으로 여행 중이었다. 삼 시 세끼 잘 먹고 비타민이나 영양제도 이것저것 챙겨 먹어서 체력 쓰레기인 내가 신기할 정도로 뻗지 않고 버텼는데 역시 파리에 도착한 날 억수 같은 비를 맞아서였을까, 이래저래 아다리(?)가 나서 몸살이 살짝 왔다. 다음 주는 스위스! 더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오늘은 늦은 오후까지 숙소에서 쉬었다. 오늘은 딱히 대단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저녁에 오페라 가르니에 공연 관람만 예약했었다. 그래서 4시가 넘어서 일단 숙소에서 나왔다. 날씨는 (잠깐) 좋았다...
오르세 미술관을 나와 센 강을 따라 걸었다. 센 강은 폭이 넓지 않아 한강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다. 한쪽을 걸어도 반대편을 볼 수 있는 아담한 크기디. 특히 이 주변으로 유명 관광지들이 몰려 있어서 특별한 목적지 없이 살랑살랑 걸어다녀도 여기저기 구경할 곳이 많다. 일단 생트 샤펠 성당을 찾아갔다. 생트 샤펠 성당은 시테 섬 한 가운데 있다.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한 성당이라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 되게 좋아하는데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빛과 색이 성당을 가득 채운다. 신자들은 이곳을 '천국으로 가는 입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교하고 화려한 보석 상자를 몇 천배의 크기로 키워 놓은 듯 하다. 15미터에 이르는 15개의 창에 가득한 스테인드 그라스 작품에는 창세기부터 열왕기까지의 내용이 담겨..
역시나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또 소나기가 내렸다. 하필 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그 때. 그래도 비를 피해 앞에 선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서 대기 시간이 많이 줄었다. 오르세 미술관에 처음 들어서면 길고 높은 거대한 회랑같은 공간이 나온다. MET이나 워싱턴 미술관도 크긴 컸지만 이렇게 통으로 거대한 공간은 없었다. 좀 특이하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기차역이었다고. 미술관 외부 중앙의 대형 시계가 이곳이 기차역이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 기차역은 파리와 오를레앙을 잇는 프랑스 최초의 전기화된 철도역이었다. 오르세 미술관도 오랑주리 미술관처럼 유리 천장으로 자연 채광을 받는 미술관이다. 빛에 따라 변하는 자연과 사물을 표현하고자 했던 인상주의 작품..
저녁에는 비가 완전히 그쳐서 예쁜 주황빛 석양에 물드는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펠탑 조명이 다 들어오고 파리의 밤이 다시 시작될 때 우리는 개선문에서 내려와 센 강으로 향했다. 센 강을 순환하는 유람선 바토 무슈를 타고 파리의 밤을 만끽했다. 바토 무슈에는 중국인 광객들이 많았다. 개선문 바로 옆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 1차 대전 당시 프랑스를 위해 싸운 한 무명 병사의 묘가 있는 자리다. 아무래도 진짜 문은 아니니까 예술적인 장식들을 개선문 전체에서 볼 수 있다. 밝을 때 오히려 잘 보이지 않았던 조각들이 조명을 받고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파리에서의 2일째 역시 에펠탑에서 마무리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1일 1에펠탑으로 해 보려고 했다. 파리에 오자마자 이틀 동안 너무 달려서 ..
베르사유 궁을 나오려고 할 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출구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잦아들었다.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에 한껏 취해 나온 우리 앞에 대자연이 차원이 다른 아름다운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지개, 무지개! 나름 도시 남자라 이렇게 선명한 무지개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쌍 무지개!!!! 시커먼 하늘에 이 무슨 조화람. 또 오랜만에 This is my father's world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베르샤유 궁에서 쌍 무지개라니. 무지개라면 어디 가서 지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가 생겼다. 무지개도 이런데 오로라는 어떨까? 꼭 한번 보러 가고 싶다.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고 파리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다. 파리로 돌아온..
한껏 찌푸린 하늘 아래로 빗발이 굵어졌다. 베르사유 궁전을 보러 가기 좋은 날씨다. 사실 꽃할배 보면서 굳이 안 가도 되겠다 했는데 이렇게 지나가면서 들르는 정도는 괜찮았다. 어차피 제대로 보기에는 며칠을 통째로 투자해도 모자랄 것 같다. 그래도 비가 와서인지 역시 사람도 많고 좋았다. 입장할 때는 또 귀신같이 비가 잠깐 그쳤다. 베르사유 궁전은 거의 연중으로 한곳씩 보수 공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가 간 날도 되게 유명한 어느 방이 공사중이어서 못 간다고 가이드 선생님이 아쉬워했다. 대신 평소에는 공개하지 않는 무슨 방이 열려 둘러볼 수 있다고 했다. 대리석의 뜰. 벌써 화려하다. 내가 이런 곳에 와도 되나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사람들이 비를 피할 때 훅 들어가서 사람 배경 ..
인상파 투어의 두 번째 목적지는 오베르다. 오베르는 빈센트 반 고흐가 말년을 보낸 장소다. 작년 말에 개봉한 영화 의 배경이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고흐를 꼽기는 하지만 을 좋아할 뿐 다른 작품이나 그의 생애는 잘 몰랐다. 오베르에서 고흐의 안타까우면서도 흥미로운 생애를 알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다시 달린다. 구름이 점점 많아진다. 저 멀리까지 보이는 구름이 살벌하게 넓은 평야를 실감나게 한다. 작은 강과 기찻길을 지나면 오베르 입구다. 관광지라 일부러 그렇게 꾸민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베르라는 마을 자체도 작고 예쁜 시골 마을이다. 오베르 성당 돌담에 앉아 가이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 17세기에 지어진 작은 성당이다. 고흐의 작품 때문이 아니더라도 소박하고 깔끔한 건물이었다. 무엇보다 그래..
전날에 이어 파리 둘째 날도 패키지 투어다. 아침 일찍 에투알 개선문 로타리(?) 한쪽의 지하철역 출구에서 일행과 만난다. 어제 몽마르뜨 광장 투어를 함께 했던 짧은 단발 머리의 여자 가이드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출석 체크를 하고 수신기를 받는다. 파리 시민들의 출근 차량으로 도로는 이미 가득찼다. 우리는 러시아워의 정체에 갇혀서 도시를 느릿느릿 빠져나갔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10시가 좀 넘은 시간에 지베르니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계속 궂은 날씨였는데 목적지에 다다르니 다행히 하늘이 갰다. 초록초록한 정원을 170%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모네고 수련이고 지베르니고 잘 몰랐음 ㅋ 우리는 일단 모네의 생가가 있는 꽃의 정원을 그냥 지나쳐서 물의 정원으로 먼저 향했다. 모네의 생가와 물..
센 강변을 따라 투어가 진행되었다. 가이드 선생님은 유학생인 것 같았다. 여전히 주황색 전등을 쓰는 가로등이 파리 시내 전체에 들어왔다. 해가 지고는 다행히 비는 더 오지 않았다. 세 명이 오붓하게 걷다가 섰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그냥 파리에 사는 지인을 만나 얘기하는 듯 걸었다. 우리 휴대폰 카메라는 해만 없으면 빛도 많이 번지고 이상해진다. 아이폰 카메라 빛 번짐을 방지하려면 렌즈를 깨끗이 닦으면 된다고 한다 ;; 굉장한 시계와 철문이 인상적인 이곳은 경찰청이라고 한다. 혁명 당시에는 정치범 수용소로 쓰였고 법원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이라면 말마따나 18세기 건물이다. 오래된 게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관공서는 왜 모조리 유리 궁전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알파 6000은 내 손..
몽마르뜨 투어가 끝나고 한인 마트로 간다. 한인 마트가 있는 곳으로 숙소를 잡았으면 더 좋을 뻔 했다. 에이스 식품에서 일주일치 식량을 바리바리 사들고 파리 야경 투어 가이드 선생님을 만나기로 한 오텔 드 빌 드 파리로 간다. 오텔은 Hotel이라고 쓰여 있는데 호텔이 아니라 시청이었다. 오며 가며 인상적인 볼 거리들이 많았다. 이제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지만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퇴근하는 시민들로 차와 거리가 붐비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우연히 2016년 빵 대회 우승 베이커리를 만났다. 아까 투어 하면서 먹은 건 2017년 우승 베이커리. 그냥 돌아가면서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투어 전에 배도 채울 겸 바게트를 하나 샀다. 파리에는 한국 교민도 많고 여행 온 사람들도 많아서 그런지 한인 ..
예술가들의 작품과 예술가들의 삶의 흔적이 몽마르뜨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이야기를 들려 준다. , , 등을 더 둘러보고 매년 개최되는 프랑스 빵 대회(?) 우승 베이커리에서 바게트도 사 먹었다. 포르투갈의 에그 타르트와는 달리 프랑스 바게트는 너무 그냥 빵이어서 나에게는 그냥 배 채우는 용도밖에 되지 않았다.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다는 카페들이 많았다. 지금도 떼르트르 광장엔 많은 화가들이 작품 활동 중이었는데 그 사람들 중에 유명 화가가 나오면 또 그 화가가 자주 이용하던 카페가 유명해지고 그런 식인가? 하지만 요즘 화가들도 스타벅스를 이용하겠지. 와칸다에도 없는 스타벅스가 떼르트르 광장 입구에 있다. 포도원과 밀밭이었던 몽마르뜨엔 풍차가 23개나 돌아갔었다고 한다. 지금은 일부러 남겨 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날씨 얘기만 하는 것 같지만 몽마르뜨 언덕의 날씨는 정말이지 변화무쌍했다. 하늘도 잔뜩 찌푸렸다가 개기를 반복하고 새파란 하늘 아래로 비가 떨어지기도 했다. 아, 이날 감기에 걸렸었나 보다 ;; 몽마르뜨 언덕은 원래는 포도원과 밀밭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택의 임대료가 저렴했고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일부러 그랬는지 어쨌는지 아직도 밭뙈기가 하나 남아 있다. 그러고 그 작은 포도밭 건너에 오 라팽 아질이 있다. 오 라팽 아질은 피카소의 그림으로 유명한 카바레, 그러니까 선술집이다. 응, 처음 보는 그림이다. 피카소도 이런 그림을 그렸구나. 근처에 살았던 피카소, 에릭 사티, 에디뜨 피아프 등이 즐겨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라 팽 아질은 날쌘 토끼라는 뜻이다.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