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다 지나가는 꽤나 쌀쌀해진 날씨에 파리에서부터 전에 없이 빡빡하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사달이 났다. 어제 오전 패러 글라이딩 오후 리기산 일정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스위스에서의 셋째 날은 숙소에서 푹 쉬었다. 쉬는 김에 그 유명한 드럭 스토어에서 100만원치 선물을 사고 ㅋㅋ 넷째 날 역시 막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컨디션 때문에 산은 못 오를 것 같고 스위스 패스나 제대로 활용해 보자 하고 결정한 목적지는 몽트뢰 호수. 매년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로 아주 유명한 곳인 건 몰랐다. 지도로도 확인 가능하지만 루체른 호수가 귀여워 보일 정도로 바다같이 넓은 호수다. 조용히 호수변을 따라서 산책이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려고 했는데 휴일을 맞아서 지역 축제가 크게 열리고 있었다. 사람 ..
하루가 길었다. 하산을 해 보자. 내려 갈 때는 산악 열차를 타고 리기 칼트바트 역에 내려서 올 때는 유람선을 타고 그냥 지나쳤던 베기스 역까지 케이블카를 탄다. 올라갈 땐 산악 열차, 내려갈 땐 케이블카 루트가 좋은 것 같다. 케이블카는 몰라도 산악 열차는 올라가야 제맛이니까. 여기서도 라면 끓여 먹을 수 있나? ㅋ 겨울에 오면 지금과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리기 칼트바트 역에 내려서 고급진 숙소를 지나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간다. 운전실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직원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올라오는 케이블카에서 직원이 내려서 표 검사를 하고 케이블카를 작동시키고 했다. 그럼 이 사람은 어떻게 퇴근하지? 시간을 잘 맞춰 온 건지 1등으로 줄을 섰다. 그래서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케이블..
루체른에서 비츠나우(VITZNAU)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비츠나우에 내린 시간이 오후 4시. 올라가서 놀고 내려오고 하려면 바쁘겠다 싶어 바로 산악 열차를 탄다. 하지만 루체른 호수가 너무 예쁘므로 영상으로 한 번 더 보고 올라가자. 비츠나우 산악 열차 역은 한글 안내문과 정체 불명의 아저씨 동상이 인상적이었다. 열차 시간은 자주 있어서 딱히 시간표를 확인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열차를 타고 오르는 길에 몇 장 찍는다고 찍었지만 건질 건 없었다. 설산이 저 멀리 보이면서 이게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 건지 간접적으로 실감할 수는 있었다. 루체른 호수 유람선도 마찬가지고 이 열차도 로컬들에게는 대중 교통 수단인듯 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나 볼 법한 노숙자 비주얼의 어떤 아저씨도 커다란 강아지 한 마리와 탔..
패러 글라이딩은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끝났다. 착륙해서 하인스가 이제 어디 갈 거냐고 묻길래 융프라우에 갈까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하인스는 멀리 보이는 융프라우를 가리켰다. 융프라우는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융프라우는 아침에 보고 구름이 없으면 그때 올라가도 늦지 않다고 오늘 올라가는 건 비추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엔 리기 산으로 간다. 그래서 초콜렛 하나 사들고 루체른 행 기차를 탄다. 인터라켄에서 루체른으로 가는 기차는 자주 있고 시간은 두 시간이 좀 덜 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라켄과 루체른을 잇는 노선은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내 폰으로 담기만 하면 무엇. 십 분의 일, 백 분의 일만큼 아름다움과 감동이 줄어든다. 어쨌든 루체른 구경은 다음에 천천히 하기로 하고..
대망의 패러글라이딩 하는 날. 롤러코스터, 바이킹 등 놀이동산 탈 것들은 더럽게 무서워하면서 집라인이나 패러글라이딩은 항상 해 보고 싶었다. 왜 하필 제일 비싼 스위스에서 첫 경험을 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알래스카에서 생애 첫 생선(?)을 낚은 '도시어부'의 장혁처럼 처음부터 끝판왕을 경험한 건 옳은 선택이었다. 오전 9시 첫 시간을 예약했다. 한나절이면 끝난다고 해서 오후에 어디 다른 곳을 가 보든지 하려고. 인터라켄에서 못 보고 지나칠 수가 없는 그 중앙 풀밭 같은 곳에 모여서 밴을 타고 올라간다.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거니까 오랜 시간 꽤 높이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가이드 소개를 하고 누구랑 타고 싶냐고 하는데 당연히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임의로 짝을 짓고 안전 교육을 한다. 가이드가 다 해 주니까..
스위스도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스위스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일 텐데 지나가는 행인이나 정원을 돌보는 주민들을 보면 왠지 위화감이 들었다. 어쩌면 뉴욕의 뉴요커들보다 더 큰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런 동화 같은 자연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자연은 어떤 의미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별다를게 없겠지만 그래도 이들의 일상이 궁금하고 여가가 궁금해진다. 5시가 넘어서 연락선을 타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간다. 이 호수를 기차를 타고 주위만 둘러보며 가기엔 아까웠다. 바로 저런 집의 일상이 궁금하다. 상주하는 주택은 아니고 별장일까? 손이 엄청 갈 것 같고 도시에서는 생각도 못할 불편함도 있겠지만 정말 저런 곳에서 살아 보고 싶다. 굉장한 호텔에서 연락선은 사람을 한 번 내린다. 이 노선 자체가 저 ..
인터라켄은 마을 자체가 아름다운 관광지다. 그 이름도 두 호수 사이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스위스에서 본격적인 첫날은 그래서 동네 구경(?)을 하기로 했다. 이제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는 초가을의 스위스는 살랑살랑 걸으면서 놀러다니기 딱 좋은 날씨였다. 우리 숙소는 꼭대기 층이서 가리는 건물도 없고 뷰가 괜찮았다. 매일 아침 이런 풍경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니 굳이 나갈 거 있나 싶기까지 ㅋㅋ 어제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디데이에 노르망디 마냥 하늘을 수눟던 패러 글라이더들. 우리도 내일 한다 ㅋㅋ 한국 사람이 있다고 하는 여행사에서 뭔가 사은품도 준다고 하고 해서 가느라 마을 거의 끝까지 갔는데 인터라켄이 많이 상업화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너무 예쁘고 동화 같은 마을이다. 마을 변두리에 ..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오전 비행기를 타고 제네바로 날아간다. 만족스러웠던 만큼 아쉬움도 컸던 파리에서의 일주일을 보내고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낼 스위스로 간다. 스위스에서 더한 아쉬움을 남길 줄을 몰랐지만. 어쨌든 일주일만 더 있으면 한국으로 간다는 안도감도 살짝 생기면서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새벽부터 일어나 바쁘게 준비하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오를리 공항까지도 별탈 없이 갔고 비행기 표도 잘 끊었다. 사실 이지젯은 온라인 체크인도 되는데 표를 남기고 싶어서 굳이 발권을 받았다. 탑승하면서 살짝 문제가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파리로 올 때 그랬듯이 1인당 들고 탈 수 있는 짐은 기내 캐리어와 손가방 정도다. 저번에 백팩을 한번 시험해 봤더니 그냥 보내 줘서 이번에도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