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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패키지 투어로 일정을 알차게 채웠다.


아직 어둑어둑한 이른 시간에 샹젤리제 거리에서 모였다.


숙소에서 나올 때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이 보이더니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역시나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었다.


출석 체크를 하고 수신기를 받고 버스에 올랐다.






7시도 안 된 시간의 지하철.


우리나라에서도 이 시간에 지하철을 탈 일은 잘 없었는데.


이른 시간이지만 그래도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지 뭐. 





가로등의 불도 꺼지지 않은 이른 아침의 파리.


카페도 막 문을 열고 하루 장사를 준비하는 새벽 시간.


도시를 여행할 때 이런 새벽 시간에 도시를 둘러 보는 것도 좋다.


우리가 사는 도시도 (밤새우고) 새벽에 보면 낯선 기분이 드는 그런?








3시간 정도 북서쪽으로 달려 옹플뢰르에 도착한다. 낭만적인 항구도시라고 알려진 곳.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항구 도시보다는 항구 마을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말마따나 어촌.







버스에서 내려서 한적한 길을 조금만 걸으면 옹플뢰르의 대표적인 포구가 눈에 들어 온다.


옹플뢰르 하면 떠오르는 이 곳.


정박한 배들과 수면에 비춰진 가느다란 집들이 동화책에 그려진 삽화처럼 느껴진다.


동화책 하니 플란더스의 개가 생각난다.


실화라면 딱 이 마을을 배경으로 했을 법한 분위기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본다.


굉장히 오래 된 듯한 교회 건물이 눈에 들어 온다.


생테티엔 교회. 현재는 해양 박물관으로 쓰인다고 한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아쉽게도 외관 사진은 찍지 않은 생트 카트린 교회. 15세기에 지어진 목조 건물이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교회 지붕은 배를 엎어 놓은 모양으로 항구 마을의 특색을 잘 살렸다.


또 종루가 예배당과 분리되어 세워진 것도 여느 교회 건물들과 달랐다.


100년 전쟁부터 2차 대전까지 군사적 요충지로 기능했던 곳이기에 나무로 지어진 이 건물이 아직 서 있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쟁의 기억은 항구 한 쪽에 위치한 '리외트낭스'라는 요새 시설밖에 남아 있지 않다.


애초에 전쟁 기지로 이용되었던 것도 센 강이 영국 해협으로 흘러나가는 지점이라는 지리적 이점 탓이었다.


전쟁이라는 역사를 한 꺼풀 벗겨 내면 구스타프, 모네 등이 사랑했던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평화로운 마을이고 


굳이 갖다 붙이자면 에릭 사티도 태어난 예술가의 마을이다.












집합 시간이 되어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지금은 잠깐 스쳐지나갈 뿐이지만 혹시 기회가 닿으면 며칠, 혹은 몇 주를 머무르고 싶은 마을이다.


포구를 둘러싼 거리에는 예쁜 카페도 많던데 바다를 바라보며 한낮에 한가롭게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항구 마을이니까 해산물도 신선하겠지?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