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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플뢰르를 떠나서 서쪽으로 달린다.


프랑스 안에서도 꽤 먼 거리를 이동했다.


노르망디 지방의 끝 모를 평야는 미국 중서부를 보는 듯 했다.


이 나라도 작은 나라는 아니구나.


그래도 펼쳐지는 농촌 풍경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여기나 비슷하다.


다시 3시간 쯤 더 달려서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버스도 오래 타고 하다 보니 신나게 잤다.


몽생미셸 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이드 선생님이 노래와 함께 깨워 준다.


기상송은 역시나 '인생의 회전목마'다.






몽생미셸 섬으로 가려면 관광 안내소, 식당, 기념품 가게, 숙소 등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셔틀을 타야 한다.


생각보다 덜 유명한 관광지인건지 아니면 이게 클라스인 건지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고 덜 번잡한 게 좋았다.





멀쩡히 도로가 있는데 왜 섬이냐. 바닷물도 안 보이는데 왜 섬이냐. 


몽생미셸은 거대한 뻘 위에 솟아오른 바위섬이다. 그래서 썰물 때는 이렇게 육지와 연결된 듯한 모습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1870년대에 건설된 전 도로가 조수의 흐름을 막아서 바다 한 가운데 솟아오른 섬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간 시간은 아쉽게도 물이 있는대로 빠져나간 시간. 하루 자면서 만조까지 보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조수 시간표는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http://wisuki.com/tide/6154/mont-saint-michel)





비가 안 와서 다행인지, 탁 트인 하늘 위로 어두운 구름이 가득하다.


제작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영감이 된 곳이라고 한다.


썰물 때라 아쉽긴 하지만 광활한 뻘로 탁 트인 전경도 나쁘지 않다.




그냥 예쁜 성이라고만 생각하고 왔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신기한 곳이다.


썰물일 때는 바닥이 완전히 드러난다고 해도 바다 한 가운데 솟은 바위섬 위에 어울리게 건물을 올려 놓았다.


수도원 아래 마을을 둘러싸는 벽은 만조에는 꽤나 높이까지 차오를 듯 하다.


성은 아니고 수도원이다. 감옥으로도 쓰였다. 


수도원이든 감옥이든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말 낭만적인 위치다.







섬 안으로 들어간다. 회색빛이 우중충하다.


자연과 인공물의 경계가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중세시대나 무슨 판타지 영화처럼 말이라도 타고 들어와야 할듯한 마을이다.


바에 들어가면 나무로 만든 파인트에 술을 담아 주고 꾸러미에서 은화를 던져 줘야만 할 것 같다.


숙소도 있다. 알아보니 심지어 별로 안 비싸다. 다음엔 마을 안에서 하룻밤 보내 보고 싶다.





막상 섬에 들어와서 섬의 높이가 꽤 높았다는 걸 깜박했다.


수도원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계단도 많고 조금 힘들다.




 





그래도 높이 올라온 만큼 풍경은 정말 좋다.


마침 하늘도 개기 시작해서 파란 하늘과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졌다. 


우중충한 골목과 돌계단을 오르며 지친 몸과 마음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간다.


많은 것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구석구석 볼 게 많았고 담겨 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8세기 경 수도사 오베르가 대천사 미카엘의 명령으로 수도원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백년전쟁 때 방어용 성곽을 쌓는 등 몇 차례의 증축을 거쳤다.


그 사이 프랑스 대혁명 시절에 반체제 인사를 가두는 감옥으로 쓰였다고 한다.


감옥으로 사용된 건 1,000년이 넘는 수도원 역사에 비하면 짧은 시기였지만 


수도원은 물론이고 프랑스 전체 역사에서도 매우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내려갈 때는 성벽길을 따라서 내려간다.


투어 일정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천천히 저녁 노을 즈음에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두고두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성벽을 따라서 섬과 마을의 역사를 보여 주는 돌벽과 박공 지붕 집들이 늘어서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바닷바람과 소금물에 잿빛으로 바란 모습이 나름의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마을에 내려와서 몽생미셸 길냥이를 만나 잠깐 놀아 주었다.


이 녀석들은 어쩌다 여기에서 살게 됐을까. 이 섬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우중충했지만 생각보다 선명했던 시간 여행으로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