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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루 서점을 끝으로 포르투 여행의 마지막 날 일정이 끝났다.

 

뭐 딱히 일정을 가지고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우리 숙소가 역대급 뷰를 자랑했지만

 

그렇다고 숙소에서 이 밤을 보내기에는 아쉬웠다.

 

해가 질 때쯤 우리는 도루강으로 다시 나갔다.

 

 

 



 


보정 없이 요즘 나오는 LG 폰 CF처럼 보라빛으로 물 든 하늘.


포르투는 떠나는 우리에게 질척대지 않고 


오다 주운 듯한 선물을 별거 아니라는 듯 쿨하게 주었다.


그래 떠나는 건 우리니까.



다시 올게. Obrigado.










포루투를 떠나는 날 아침엔 비가 왔다.


우버를 타고 시가지 쪽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우리는 ALSA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까지 이동한다.


기차는 유레일이 없는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비쌌고

비행기는 가격은 싼 것도 있긴 있었던 것 같은데

계속 집에서 해먹을 식재료 같은 걸 가지고 다녀야 하니까

보안검색이다 뭐다 너무 상그러워져서 제외했다.


버스는 따로 터미널이 있지 않고 


음악회관? 같은 곳 1층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출력한 티켓을 기사님 보여드리면 됨.


안내문엔 막 여권도 검사하니까 갖고 오너라 해놨는데 기사님은 티켓만 보시더라.


지정 좌석이 아니라서 빨리 가면 좋은 자리.


화장실 근처에 앉으면 냄새 난다고 앉지 말라고 그러던데


어차피 유료라 쓰는 사람이 없음 ㅋ



우리는 그나마 앞이 트여있는 뒷문 뒤에 앉았다.


막 와이파이도 된다고 하지만 예상했던대로 시부죽하다.



마드리드와 포르투를 오가는 버스.


자차로 가면 훨씬 적게 걸리지만


가면서 오만 곳을 다 들러서 10시간 가까이 걸린다 ;;


그래도 이 버스 여행이 기대됐던 이유는








태어나서 처음 육지로 국경을 통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프랑스 갈 때, 스위스 갈 때 다 비행기를 탔으니까


당분간은 이 날이 유일하게 육지로 국경을 통과한 날이다.



스페인으로 넘어가면서 휴게소에 들르는데


기념품들도 서바나풍으로 바뀐다.


5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이 휴게실에서 화장실을 간다.


식사도 여기서 해도 되는데


거의 다 그냥 과자로 때우고 있었다.



버스에서 야구도 보고 했었는데 이날 롯데가 이겼던가?


어쨌든 갈매기가 그려진 감자칩은 짭짤했다.








그렇게 또 다섯시간을 달려 마드리드에 입성했지만


숙소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10시 넘어서 도착하면 추가 비용을 받는다고 하는데


정확히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어서 일단 알겠다고 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면 그 때 연락해도 되니까.


그런데 스페인으로 들어오니 네트워크 연결이 안된다 ;;


우리가 리스본 공항에서 산 심 카드는 포르투갈에서만 되는 것.


포르투 마지막 날에 유럽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심카드를 구입했는데


무슨 일인지 이게 먹통이 된거다.


시내로 들어오니 길도 막히고 해서 


지하철이 빠르겠다 싶어서 목적지 전에 정류장인 남부 터미널에 내렸다.



마드리드 지하철은 메트로가 있고 경전철 같은게 있었는데


남부터미널엔 또 메트로는 없고 경전철만 있다. 둘은 상호 환승이 안된다고 한다.


그렇게 또 예상 밖의 지출을 하고 헐레벌떡 숙소를 찾아갔지만


열쇠를 건네주기로 한 주인은 우리가 10시에 도착하는 걸로 알고 있으니까 당연히 아직 오지 않았다.


이대로면 추가요금을 내겠다 싶어서


아파트 옆에 불이 켜져 있는 스튜디오(?)로 보이는 곳의 문을 두드렸다.


예술가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문을 열어주었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청년이었다.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와이파이 좀 써도 될까? 아니면 전화라도 해줄래?


친절한 청년은 우리 대신 주인에게 전화를 해주었다.


주인은 예상대로 우리가 10시에 오는 줄 알고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고


20분 후에 도착할거라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우리가 10시 전에 도착했다는 것만 알리면 되니까 상황은 종료.


청년에게 고마워, 땡큐, 그라시아스를 연발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잠시 후 도착한 주인에게 열쇠를 받았다.


숙소에서 스페인어로 계속 말을 하는데


우리는 웃으며 미소만 지었다.


그렇게 10시간의 버스 여행과


1시간의 지하철.


10분의 불안한 기다림 끝에 


마드리드 어딘가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