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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세라트 수도원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곳이다.


한 나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가이드 투어라면 더욱 그렇다.


가이드 선생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지만


일단 너무 멀고 험한 산타 코바 성당은 비추고


검은 마리아 상을 보려면 다른 곳을 둘러 볼 시간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산 미구엘 십자가를 보고 와서


몬세라트 소년 합창단의 합창을 보는 일정으로 다녔다.






성당 앞에서 가이드 선생님의 일정 안내를 듣고 출발.


산 미구엘 십자가는 꽤 멀리 보이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산길 하나 뿐이고 가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많아서 길을 잃을 걱정도 없다.


가이드 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어, 좀 힘들어지려고 하는데?' 하면 도착한다.



어느 새 멀어진 수도원의 모습.


왠지 정말 되게 멀어 보인다. 







산 미구엘 십자가는 크긴 한데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 딱히 다른 의미는 찾기 어렵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멋지고 몬세라트 수도원의 전경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곳.


우리는 원래 푸니쿨라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려고 한 계획이 실패해서 트래킹 삼아 걸었다.









이 곳이 포토 스팟.



인데 뭔가 잘못 찍은 것 같다.



그리고 첼로를 연주하시는 분이 있었다.


이것도 버스킹의 범주에 들어가는 지 모르겠지만


여행하면서 봤던 거리 공연 중 가장 좋았던 연주였다.


수도원에서 듣는 라이브 첼로 연주라니!




적은 금액이었지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싸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소년합창단의 합창을 보기 위해 성당으로 돌아온다.


이 앞에서만 보면 성당이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다.


산꼭대기에 숨어있는 수도원의 성당이라 아담하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성당은 생각보다 규모가 있었고 무엇보다 화려했다.


뭐랄까. 좀 실망.


도시에 있는 성당은 총천연색에 금빛 반짝반짝 해도


잘 알지는 못해도 수도원의 성당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무 십자가 하나, 촛불 하나 있었으면 수도원 분위기(?)가 더 날텐데 아쉬웠다.



어쩐 일인지 우리의 여행 모토가 된 '이왕 여기까지 온 거'에 따라


좀 오래 기다리더라도 앞 미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들어가 맨 앞 자리에 앉았다.


합창을 하는 시간은 매일 오후 1시.


30분쯤 기다리면 신부님?이 나오셔서 안내를 하시고 기도하시고 공연이 시작된다.


몬세라트 소년 합창단은 세계 3대 소년합창단 중 하나로


9살부터 14살까지의 소년들 5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이 곳에서 생활하며 초중등 교육과 수준 높은 음악 교육을 받는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는 인간이라고 했던가.


변성기가 오지 않는 어린 소년들의 미성이 성당을 가득 채웠다.


유럽으로 건너오면서 여행기의 제목인 'This is my father's world'가 좀 무색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소년들의 찬양을 들으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참 아름다운 주님의 세계를 만났다. 


하마터면 은혜 받을 뻔 했다.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