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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원래 오자자마자 둘째 날에 하기로 했던 가우디 투어를


바보처럼 날짜를 착각해 다음주로 예약해 버렸고 


겨우 변경해서 하게 된 날짜가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나는 카메라를 깜박하고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









어제처럼 맑은 날씨가 하루만 더 이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오늘같은 날 하늘이 우중충하고 비가 내렸다.


레이알 광장에서 투어 팀이 모였다.


레이알 광장은 람블라스 거리에서 한 골목 들어가면 나오는 광장이다.






이곳에서 투어가 모이고 출발하는 이유는 위 사진의 가로등이 가우디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가우디가 출품한 이 작품이 대상을 타면서 


가우디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이나 야자수 곳곳의 조각상들이 조화를 잘 이룬다고 하는데


나는 좀 번잡스러웠다.


비가 그치는가 했더니 계속 오락가락이다. 






구엘 공원에 가기 전에 구엘 저택에 잠시 들렀다.


가우디의 주요 후원자였던 저택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고 가우디에게 저택 건축을 맡겼다.


의외로 공사 기간이 3년이나 걸리고 결과물도 난해하여 당황했다고 한다.


어쨌든 가우디는 이 작품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저택을 밖에서만 구경했다.


가이드 선생님 말로는 모든 건축물의 내부를 구경하는게 좋긴 하지만


비용과 시간 문제 때문에 굳이 한 군데만 가야 한다면 카사 바트요를 추천한다고 하셨다.


언뜻 봐도 굉장히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들을 볼 수 있는데 


하나하나 설명을 보며 들으면 가우디의 작품 세계가 병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현관 기둥도 비워 두지 않고 뱀을 예술적으로 조각해 장식했다.



 




관리를 하는 건지 혼자 자란 건지 테라스에 식물들이 가득하다.


유럽의 주택들엔 테라스가 있어서 참 좋아 보였다.


포스트를 하는 오늘이 식목일인데 나도 '베란다'에 풀 한 포기 키워 보고 싶다.




구엘 저택을 떠나서 구엘 공원으로 이동했다.


구엘 공원엔 중국 사람들이 많았다.






구엘 공원은 역시나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이 


바르셀로나 외곽 지역에 오늘날로 치면 신도시의 설계를 맡기면서 탄생한 곳이다. 


복잡하고 비위생적인 도심에서 멀리 살고 싶어하는 부유층을 겨냥하여 전원적인 환경에 몇 채의 집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저조하여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만다.


그래도 이왕 지은 집, 가우디는 이곳에서 여생을 살다가 숨을 거두고 


상속자들의 요청에 따라 시청이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날씨도 궂고 카메라도 안 들고 나가고 사진은 별게 없다.


구엘 공원 역시 구엘 저택처럼 가우디의 작품 세계로 가득하다.


단 한 부분도 가만히 비워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도 후세에 인정을 받아서 망정이지 어떻게 보면 흉물로 가득한 버려진 공터가 될 뻔했다.


한 채의 저택도 아니고 이 넓은 땅덩어리 전체를 빽빽히 채우다니 이런 게 장인 정신일까?


내 취향이나 모던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당시의 천재성과 예술성은 이렇게 드러났나 보다.


천재성과 예술성은 몰라도 자신의 작품과의 아니 자신과의 싸움에 이토록 치열하게 임한 그 자세는 본 받고 싶다.




"예술가에게 성실성이란 마치 처녀성과 같아서 한번 상실하면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_ 헤밍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