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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 이어 파리 둘째 날도 패키지 투어다.


아침 일찍 에투알 개선문 로타리(?) 한쪽의 지하철역 출구에서 일행과 만난다.


어제 몽마르뜨 광장 투어를 함께 했던 짧은 단발 머리의 여자 가이드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출석 체크를 하고 수신기를 받는다.


파리 시민들의 출근 차량으로 도로는 이미 가득찼다.


우리는 러시아워의 정체에 갇혀서 도시를 느릿느릿 빠져나갔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10시가 좀 넘은 시간에 지베르니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계속 궂은 날씨였는데


목적지에 다다르니 다행히 하늘이 갰다.


초록초록한 정원을 170%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모네고 수련이고 지베르니고 잘 몰랐음 ㅋ


우리는 일단 모네의 생가가 있는 꽃의 정원을 그냥 지나쳐서 물의 정원으로 먼저 향했다.


모네의 생가와 물의 정원 사이에 도로가 있어서 지하도로 이동해야 한다.


이렇게 물길을 따라 가면 수련 정원이 나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모네나 수련 연작을 좀 알고 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모네는 평생 모은 돈으로 파리 근교인 이곳에 자리를 잡고 43년동안 머물면서 작품활동에 매진한다.





모네의 대표작 '수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네는 오랫동안 습작했고, 그동안은 다른 사람에게도 쉽게 보여 주지 않았다.


모네는 연못에 앉아 명상하듯 연못과 그 위의 수련, 연못 위에 비친 나무 그림자와 구름 그리고 빛에 따라 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했다.


빛과 반사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변화를 오랫동안 관찰한 나머지 그의 시력은 망가지게 된다.


시력이 나빠지고 백내장에 걸린 모네는 세 번의 수술을 받지만 왼쪽 눈의 시력을 잃는다.


약하게 시련이 남은 오른쪽 눈만으로 말년에 수련 대장식화를 완성하고 프랑스 정부게 기증한다.


그래서 미리 알았더라면 오랑주리 미술관부터 갔다가 지베르니에 갔을 건데.


다른 그림들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겠지만 수련 연작은 컴퓨터나 폰 화면으로 보는 일부로는 그 원작을 충분히 감상하기 힘들다.


전에도 썼지만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수련 연작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지베르니 사진을 보니 다시 떠오른다.







물의 정원을 구경하고 꽃의 정원으로 돌아온다.


모네 생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이 터널이 백미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작업 중이었다.







하지만 꽃의 정원 못지않게 모네 생가 자체도 안팎으로 아기자기하게 볼 게 많았다.


무엇보다 굉장히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집과 정원을 가꾸고 즐겼을 모네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금 즐겨 하는 '꿈의 집'과 '꿈의 정원'이라는 모바일 퍼즐 게임이 생각났다.









이 식탁은 얼마 전에 갔던 모네 전시회에 설치되어 있던 식탁 ㅋㅋ


모네의 생가 내부는 거의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박물관처럼 둘러볼 수 있다.


우리 집이라면 절대 고르지 않을 벽지 무늬도 나름의 빈티지한 멋이 있는 것 같다. 






가볍게 여행하느라 옷이 많이 없다. 아침에 비가 올 것 같아 검은 잠바떼기를 입은 것도 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밝은 옷도 좀 들고 다녀야겠다. 이 좋은 곳에 와서 수십 장을 찍었는데 쓸만한 게 없다.


여행 막바지라 모든 상태가 엉망인 것도 있지만 ㅋㅋ


'남는 건 사진뿐이다'라는 말을 신봉하는 건 아니지만 이왕 찍을 사진이라면 ㅋㅋ









마지막으로 기념품 가게를 구경했다. 모네 생전에는 작업실로 사용했던 공간이라고 한다.


비싸고 신박한 상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때 쯤에는 세계 여행 예산이 한참 초과했을 시점이라 티쪼가리 하나 살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데서 티를 사는 사람이 있긴 있나? 입고 온 옷에 뭘 흘려서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면 사려나?





점심으로 비싸고 유명하다는 샌드위치를 여행사에서 제공했다.


지베르니를 떠난 우리는 고흐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