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껏 찌푸린 하늘 아래로 빗발이 굵어졌다.


베르사유 궁전을 보러 가기 좋은 날씨다. 


사실 꽃할배 보면서 굳이 안 가도 되겠다 했는데


이렇게 지나가면서 들르는 정도는 괜찮았다.


어차피 제대로 보기에는 며칠을 통째로 투자해도 모자랄 것 같다.


그래도 비가 와서인지 역시 사람도 많고 좋았다.







입장할 때는 또 귀신같이 비가 잠깐 그쳤다.


베르사유 궁전은 거의 연중으로 한곳씩 보수 공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가 간 날도 되게 유명한 어느 방이 공사중이어서 못 간다고 가이드 선생님이 아쉬워했다.


대신 평소에는 공개하지 않는 무슨 방이 열려 둘러볼 수 있다고 했다.





대리석의 뜰. 벌써 화려하다. 


내가 이런 곳에 와도 되나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사람들이 비를 피할 때 훅 들어가서 사람 배경 없이 사진을 찍었다.






입장 전부터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는 골드골드한 대문. 


밖에서 찍는 사람도 많은데 안에 들어와서 찍는 게 사람도 덜하고 좋은 것 같다.


골드에 취해 경거망동해 본다. 








이 방이 원래 공개 안 한다는 그 방.


침실의 벽지와 침구 무늬가 백미다.


그와중에 화이트 벽면으로 힘을 빼기도 한다.


돈도 써 본 사람이 쓴다고 되게 화려한 것 같은데도 번잡스럽지 않다.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듯 굉장한 왕실 예배당이 관광객을 맞는다.


무슨 신화에나 나올 법한 기둥과 장식들이다. 


정면에 파이프 오르간도 굉장해 보인다 했더니 1700년대 초 오르간 장인이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뭔들 장인이 만들지 않은 게 여기 있겠냐마는.


아직도 미사가 열리나? 저 오르간이 연주하는 성가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해 보이는(?) 석상들과 소품들 몇 개를 지난다.


그냥 공산품을 가져다 놓은 건 아니겠지? 


진짜 하나하나 살펴보고 감탄하다 보면 턱이 아파 온다.




국왕의 공식적인 침실, 메흐뀨흐(머큐리)의 방이다.


빨간 맛이 아닌 진하고 고급스러운 붉은 색이 인상적이다.


벽면에 둘러 세워진 촛대도 정교하면서 깔끔하다. 


무시무시한 샹들리리에는 약간 정신 사나워 보인다.  



루이 14세에 바쳐진 시계.


시간에 맞추어 독수리와 수탉이 날개를 치고 


인형들이 튀어나와 왕에게 왕관을 씌어주는 장면을 보여준다고 한다. 왕의 권력에 취하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하다. 


절대 권력에는 마약 성분과 같은 효과가 있어 사람이 중독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삼권 분립, 상호 견제는 정말 씽크빅이다. 






턱이 아파 좀 닫고 다니지만 천장을 보느라 고개도 아파 온다.


자기들도 목이 아팠을 거면서 왜 천장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었나 싶기도 하다.


결국 과시와 기죽이기가 목적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거울의 방.


여기 청소부로 취직을 하면 이 방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감상하고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화려함에 눈이 돌아갈 지경으로 밖으로 나왔다. 


궁전 밖에는 '화려함이 뭐?' 라고 묻는 듯한 대자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