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R.H.>


퍼블릭 가든은 다 좋은데 공중화장실이 없다 ;;


아직 밝았지만 당장 화장실을 가야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도날드도 없고 스타벅스 화장실은 당연히 잠겨있었다.


이 근처에 보스턴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고 했었는데 


저건가보다 하고 들어갔다.






일단 박물관치고 너무 럭셔리했고, 당장 박물관도 아닌 것 같았다.


명품가구가게? 백팩에 반바지 입고 이런 곳에 들어와도 되나?


우리 말고도 길 잃은 관광객들이 몇몇 더 보였고


맥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직원들은 신경도 안쓰는 듯 하여


화장실도 찾을 겸 3층부터 구경해보기 시작했다.




세상편한 의자였지만 의자의 가격을 보니 저절로 표정과 몸이 경직되었다.


그런데 사진 찍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소심하게 셔터를 누르다가


드디어 맥북에서 눈을 뗀 직원 하나가 지나가길래 물었다.


"여기 뭐하는 곳이야?"


"뭐하는 곳이냐니?"


"박물관인줄 알았어"


"박물관이었던 건물에 있는 가구가게야."


"아, 무슨 갤러리처럼 해놨네"


"갤러리 컨셉의 가구가게야"


"그럼 막 사진찍고 돌아다녀도 되나?"


"마음껏"


"그런데 여기 있는거 사려면 무슨 성에 살아야겠어"


"ㅋㅋㅋ"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에 화장실부터 갔다.


당연히 화장실도 고급졌다.














샹들리에나 침대는 좀 과한 느낌이지만


한국에 들어가면 아마 저 침대만한 방에서 살겠지? ;;


테이블, 책상, 의자는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한국에 들어가면 밥상 펴놓고 책 읽겠지?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_빌립보서 4장 11-13절(새번역)


되도않은 묵상을 하며 지하에 어린이 방이 있다고 해서 내려가봄.




따란.


별 기대 없이 갔는데 매우 예쁨.








인형들의 가격이 의외로 '합리적'이길래 조카들 주려고 업어갈까 했는데 중국산이었다.

.

그렇다면 굳이.


어쨌든 이 곳의 이름은 R.H.(Restoration Hardware )이고


보스턴 퍼블릭 가든 입구에서 보이는 교회쪽으로 걷다보면 왼쪽에 나온다.










내 13년 미드 인생의 베스트 3에 들어가는 보스턴 리갈.


2008년에 종영된 옛날 드라마이지만 여전히 애정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앨런쇼어와 대니크레인의 캐릭터가 워낙 독특해서 진입장벽이 있지만


홍학들의 매력을 알게 되면 자다가도 데니크레인의 이름을 부르게 된다.



코메디가 기저에 깔려있긴 하지만 때로는 당시의 이슈들과 또는 수십년간 이어진 케케묵은 논쟁들을 세상진지하게 다루며 


생각할거리도 주는 신선한 명작 법정물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스턴의 한 로펌을 배경으로 하는데


쇼에서 그 로펌이 있는 빌딩으로 '설정'된 곳이 보일스톤 스트리트 500 이다.


그리고 드디어 크레인, 풀 앤드 슈미트에 왔다.


실제로는 로펌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무용 빌딩이지만 뭐 어때.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하나 또 지웠다.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