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가는 길에 의사당과 대법원에서 사진을 찍었다.


워싱턴의 대리석 사랑의 끝을 보여주는 대법원.


다른 건물들보다 크지 않음에도 왠지 가장 위엄 돋는 건물이다.


왕자의 게임 세트로 써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저 멀리 보이는 그분의 얼굴.


폴저 셰익스피어 도서관이다.


덕중 덕은 양덕이고 양덕중에서도 최고 성덕 헨리 폴저의 개인 셰익스피어 도서관.


학부 때 들었던 폴저판의 폴저가 이 폴저.



 

워싱턴에 있는건 알았지만 이렇게 중심부에 있을 줄을 몰랐다.


지도를 보니 가까이에 있어서 온거라 아무 정보도 없이


셰익스피어 작품 관련 명화들의 전시관만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노신사 도슨트 분이 좀 있다 정각에 투어한다고 관심있으면 함께 하자고 하신다.


우리끼리 있으면 여기만 보고 나갈 것 같아 투어에 참여했다.



성함은 기억 안나지만 멀끔한 노신사 도슨트 분.


말이 노신사지 실제로 연세가 정말 많아보이셨는데 열정적으로 안내를 해주셨다.


나도 커서(?) 저렇게 멋있는 덕후가 되고싶다. 



하버드처럼 여기도 투어 끝나고 다시 사진 찍으려고 설명만 열심히 듣고 있었는데


처음 둘러봤던 그림 전시되어 있는 곳 말고는 투어 때만 입장 가능하다고 한다 ㅠ


이 방에는 폴저가 처음으로 구입한 폴리오 4판이 전시되어 있다.


1889년에 할부로(!) 107.50달러를 주고 산 책 한권이 덕질의 시작.



보스턴의 가드너 누나와 달리 폴저는 금수저는 아니었다.


룸메이트의 아버지가 학비를 지원해 대학공부를 할 수 있었던 그는


이후 석유회사에서 일하다가 1911년 반독점 금지법이 당시 최고 부자였던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의 해체를 명령할 때


그가 가지고 있던 스탠다드 오일의 주식으로 상당한 부를 쌓았고(돈알못이라 무슨 얘긴지 모름 ㅋ)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셰익스피어 희귀서적 수집가로 나선다.



글로브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극장.


지금도 무대로 쓰이고 있고 투어중에도 리허설이 진행중이었다.


오오미 폴리오 초판을 직접 보다니!


셰익스피어 생전에는 그의 작품이 하나도 출판되지 않았다.


쪽대본이랄까?


셰익스피어가 죽고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글로브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동료들이 온 동네를 뒤져서 그의 작품과 작품의 파편들을 찾아내어 편집하여 출판한 것이 폴리오 초판.


십이야, 맥베스, 햄릿 등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셰익스피어를 만든 작품들이 거의 실려있다.


거꾸로 말하면 폴리오 초판이 없었으면 지금의 셰익스피어는 없었다는 말.


원래 제목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사극, 비극"이고


폴리오는 책의 판형을 뜻하는 용어였지만 지금은 일반적으로 이 책을 말한다. 


학자들은 당시 750여권을 제작했다고 하고 지금 남아있는게 230권 정도 된다고 하는데


폴저 도서관에 82권이 있다고 한다.


영국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 ㅋ



한여름밤의 꿈의 퍽 석상.


원래 도서관 정문 입구에 있었는데


"Lord, what fooles these mortals be! 이 닝겐들 멍청한 것 좀 보소."라는 말이 거슬렸는지


오가는 사람마다 두드리고 만지고 하다가 결국 하이파이브를 하던 사람이 부숴먹어서


내부로 옮겨왔다고 한다.




이 건물의 특이한 점은 건물 내부와 외부의 건축양식이 다르다는 것.


셰익스피어 덕후의 개인도서관이니만큼 폴저는 당연히 엘리자베스 시대 양식으로 건물을 지으려고 했는데


일을 맡기려던 건축가가 "주위를 좀 둘러보렴. 사방에 대리석이야. 너무 튀어서 안돼."라고 말려서


내부는 엘리자베스 시대 양식, 외부는 주변과 어울리는 대리석 양식(?)으로 타협했다고 한다.


아, 그리고 원래 폴저는 워싱턴이 아니라 뉴욕에 도서관을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자가 된 그에게도 땅값이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고.


역시 갓뉴욕 ㅠ



10년만에 학부 생각나고 좋았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2박 5일의 일정을 짜서 생고생을 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우리는


이날도 버스에서 밤을 보낸 후유증에 체크인 시간이 되자마자 숙소로 달려가 한 숨 잤다.






얼추 여독(?)을 풀고 저녁 먹으러 나왔다.


구글지도로 식당을 찾는데 근처에서 평점이 제일 좋은 믹시코식당이 우리 숙소 바로 옆에 있었다.


특히 멕시코 특유의 양념을 한 홍합이 맛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홍합을 먹으니 홍합탕이 먹고 싶어졌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쉬엄쉬엄 걸어서 낮에 너무 더워서 제대로 못본 워싱턴 기념비를 구경하러 갔다.


멀리서 볼 때도 컸는데 바로 앞에서 보니 어마무시 ㄷ


기념비 말고는 무슨 용도일까? 싶으면서도 그만큼 워싱턴이 이 나라에 중요한 인물이겠지 하며 아픈 목을 주물렀다.


해질 무렵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언제 더웠냐는듯 선선해진 날씨속에 하루를 마무리.









<I have a cam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