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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로스가 우리를 이끌고 


유적내의 주요시설을 둘러보며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설친 멘탈에 쏟아지는 


영어공세에 내 정신은 아득해져만 갔다.








거기다가 이미 2달이나 지났으니 기억나는 이야기의 파편들은


잉카제국 황제의 여름 궁전으로 쓰였다고 하고, 


식량조달을 위해 계단식으로 경작지가 지어졌고,


적군이 공격했을 경우 방어에도 용이한 최고의 요새이기도 했으며,


실제로 스페인이 침략했을 때 외부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끊어서 이곳의 위치를 숨겼었다는 정도?


하지만 실제 시설의 용도와 지어진 시기 등 확실히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카를로스의 알찬 설명이 끝나고 인사하고 헤어진 후 관광객 모드 온.






마추픽추는 진행방향이 한 방향이라 경로를 잘 생각해야 한다.


생각없이 움직이다가 길을 잘못 들어 올라가는 길이 아닌 출구로 향하는 길로 들어섰다.


우리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역주행을 시도했지만 관리하시는 분들은 단호했다.


할 수 없이 출구까지 나와서 다시 입장해서 전망대로 올라갔다.













여전히 열일중인 라마들.


긴 목, 긴 다리, 뽀송뽀송한 털, 울음소리(?) 등이 매력이지만 


나는 이 녀석들의 눈이 가장 좋다.


큼지막 하면서도 세상 순진한 눈망울들.











인증샷 핫스팟들을 섭렵하며 놀멍쉬멍 내려왔다.


2017년 7월 1일부터 방문시간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졌다.


더 이상 한번 입장으로 하루종일 있을 수가 없고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더 구경하려면 입장료를 다시 지불해야 한다.


그걸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기차시간도 있고해서 이제 내려가야 한다.


한나절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어제 업어온 라마들의 단체 사진.


큰 녀석 중 왼쪽이 마, 오른쪽이 픽, 작은 녀석들의 이름은 같이 추추다,.


이름을 괜히 지어준 것일까...



출구를 나오면 왼쪽에 여권도장을 찍어주는 곳이 있다.


도장까지 찍고 인증 완료.




까를로스는 마추픽추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 가이드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해준 이야기 중에 인상깊은 한마디가 있었는데,


"이 산이 손이라면 마추픽추는 장갑이다."


산 위에 지은 구조물이지만 그 기초가 되는 산과 완전한 조화를 이룬다는 말이었다.


마추픽추가 유명해지고, 경의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단지 이 곳이 숨기고 있는 미스터리 뿐만은 아니었다.


처음엔 '그 옛날 사람들의 기술력으로 어떻게 이런 구조물을 조성했지?' 하고 놀라지만


그 옛날 사람들이 이런 구조물을 어떻게 자연과 조화시켰는지가 보이면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다른 의미의 기술력을 알 수 있다.  












마추픽추에 들어섰을 때 처음 눈에 들어왔던건 유적지가 아니라 주위를 둘러싼 산들이었다.


험산준령이라는 말도 귀여워보이는 판타지 영화의 배경이 될법한 산과 계곡들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사실이든 아니든) 그 안에 숨겨둔 마추픽추를 보면 감탄의 깊이가 훨씬 더해진다.


마추픽추만 보면 외계인이 지었다는 둥 하는 말들이 좀 오바다 싶을 수 있지만


이곳을 지켜보는 봉우리들과 이곳을 휘감고 돌아가는 계곡들을 함께 이 유적을 바라보자면


인간의 수고보다 한 차원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신비로운 곳이다.















오전 입장 시간이 끝나갈 때 버스 줄은 굉장히 길다.


역시 처음부터 왕복표를 사놓는게 좋을 것 같다.



오후입장을 기다리는 아구아스 깔리엔떼의 버스 줄도 새벽과 별반 다름이 없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 들어가있다가 나오는지 여전히 신기하다.








버스를 타고 마을로 내려와 숙소에서 짐을 찾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제 광장을 구경하며 점찍어둔 훌륭한 뷰를 자랑하는 식당이다.


가격은 우리나라에서 외식 한번 한다 하는 정도? 페루로 치면 엄청 비싼 곳이었다.


고기도 완전 짜고 뭐 그랬지만 


비극은 가격도 맛도 아니었다.



라마들의, 아니 마와 픽의 마지막 사진 ㅠ


이날도 아니고 그 다음날 숙소에서야 둘이 없어진 걸 알았다.


35살 아저씨가 라마 인형 없는데 혹시 못봤는지 하고 전 숙소에 연락도 해보았다.


상냥한 사장님은 직접 청소하셨는데 없었다고, 꼭 찾길 바란다고 하셨다.


하지만 전 숙소에서 잃어버린게 아니면 이 식당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찾을 방법이 없다.


많이 비싼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고심끝에 고른 녀석들이고


실제로 딱 마음에 드는 아이들이어서 매우 속상했다. ㅠ










하지만 당시엔 아무것도 모르고 배 두드리면서 마지막으로 마을구경하며 기차를 타러 갔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에서 페루레일을 타고 2시간쯤 가다가 내리면 투어사에서 픽업을 온다.


패키지에 끼어있는 표였는데도 좌석은 훌륭했다(그만큼 돈을 줬겠지만).


시골기찻길을 평화롭게 달리며 이렇게 마추픽추 여행이 마무리 되는구나 했는데


일순 객실이 어수선해진다.


저 반대편에 앉아있던 한 소녀가 바닥에 쓰러졌고 


투어의 책임자인듯한 사람과 승무원 등이 바쁘게 오갔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마 고산병이 온 듯.



천만다행으로 소녀의 상태는 호전되었고 객실은 안정을 되찾았다.


소녀는 종점인 오야따이땀보에서 구급차에 실려갔다.



어쨌든 우리는 오야따이땀보에서 여행사 픽업차량을 타고 쿠스코에 무사히 도착했다.


기사님이 우리 말고 다른 한국 사람 이름도 갖고 계셨는데 


그분들은 어떻게 된건지 결국 오시지 않았다. 


잘 이동하셨기를 바람.










<I have a camera>